점심시간이 되어
오랜만에 책상 서랍을 정리했다.
볼펜, 포스트잇,
다 쓴 메모지들 사이에서
명함 한 장이 나왔다.
조금 바랜 색깔.
모서리는 살짝 구겨져 있었다.

그때 그 사람.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배의 명함이었다.
몇 년 전,
같은 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
지금은 퇴사하고 연락도 끊겼다.

명함 앞면에는
회사 이름과 직책이 적혀 있고,
뒷면에는
그 선배가 직접 써준 작은 메모가 남아 있었다.
"힘들 때면, 가끔 연락해요."
그 한 줄.

그 말을 들었을 땐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지금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묘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같이 웃고,
같이 일하고,
같이 회식도 하지만
결국엔
다들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그렇게 떠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기억에서도 조금씩 흐려진다.
하지만
이렇게 명함 한 장만으로도
다시 떠오르는 사람들.
그때 그 선배는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적어줬을까.

나도 언젠가
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누군가의 서랍 어딘가에
이름만 남게 될까.
명함 한 장처럼,
그때 그 사람으로만.
서랍을 다시 닫았다.
명함은 다시 맨 아래쪽에 넣어두었다.

굳이 버리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회사라는 곳은
일만 남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도, 기억도
조금씩 남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쓴다.
명함 한 장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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