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한 명쯤은 있다.
입만 열면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
회의 중에도, 점심시간에도, 메신저에도
늘 “진짜 못 버티겠다”, “이 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정말 얼마나 힘들까, 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차만 생기면 그 사람은
제일 먼저 비행기 표를 끊는다.
그리고 SNS에 뜬다.
“마침내 도착”, “이번엔 푹 쉬고 올게요”,
바다, 와인, 미소, 여유, 그 모든 것들이
필터 한 겹에 곱게 덧칠된 채.

힘들다던 사람이
카페에서 와인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그 힘듦은 뭐였을까?
진짜였을까?
아니면 단지 말버릇이었을까?
하지만 이내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건다.
누군가의 힘듦을
내 기준으로 재단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질감은 꽤 오래 남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요즘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라고 말해놓고
주말이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평일엔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지친다고 해서 늘 지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기력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해야만
그 감정이 진짜인 건 아니다.
힘듦과 회복은 공존할 수 있다.
말은 감정이고,
행동은 선택이다.
우리는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해외여행은 도피가 아니라
지친 사람의 최후의 회복일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떠나야
다시 돌아와 앉을 수 있고,
그만큼 떨어져 있어야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거다.
"힘들다"는 말은
그저 현재 상태의 표현이지,
영원히 고립되어 있겠다는 선언이 아니니까.

최근에 나 역시
‘요즘 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와중에 주말엔
전시회도 가고,
좋아하는 사람과 커피도 마셨다.
그 모습만 보면
힘들어 보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건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힘듦 속에서도 내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또 “진짜 힘들다”고 말할 때,
이젠 그 말을 곧이곧대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지금 그 말을 꺼내는 이유,
그 말 뒤에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본다.
힘들다면서 여행을 가는 사람도,
지쳤다면서 잘 웃는 사람도,
우리 모두 그냥
버티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뿐이다.
그래서 그 말이
이젠 조금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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