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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ill, I Work – Ep.26 - 문득, 회사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지웠다

🕘 Still, I Work

by Still, Worker 2025. 7. 3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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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사진을 지웠다

 

별일 없던 오후,
업무를 마치고 사내 메신저를 열었을 때
문득 내 프로필 사진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몇 달 전,
무심하게 올린 일상 사진이었고
그다지 특별한 의미도 없었는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거슬렸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지웠다.
그냥 회색 아이콘으로 바꿨다.

작은 변화였지만
그 속에는 많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나를 보여주는 일이 조금 피곤해졌다

 

회사 메신저는
업무를 위한 도구이지만
거기에도 ‘표정’이 담긴다.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말투, 이모지…

‘일만 하면 되지’라는 생각과 달리
거기엔 은근한 자기 연출이 들어간다.

“좋아 보이는 사람”,
“항상 유쾌한 사람”,
“센스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건 그냥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잘 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한 또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게 싫어졌다.
그래서 프로필을 지웠다.


 

회사 안에서 ‘침묵’도 메시지가 된다

 

누군가는 내 프로필 삭제를 보고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너무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

그런데 회사에서는
“아무 일 없음”조차 설명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더 말을 줄이게 된다.
메신저에 이모지를 줄이고,
상태 메시지를 없애고,
그냥 회색 아이콘으로 남는다.

일만 하고 싶을 뿐인데,
굳이 기분을 묻는 이 시스템이 버거웠다.


 

침묵이 방어가 되는 날이 있다

 

회사는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게 읽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줄여야 내가 덜 상처받을 때가 있다.

의도를 곡해당하고,
한마디에 분위기를 흔들 수 있고,
심지어 내 기분을 업무 태도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그래서 조용해지는 것이다.

사진 하나, 메시지 하나
모두 방어기제가 되어버린다.


 

아무 말 없이 회색이 된 사람들

 

요즘 들어
회색 아이콘이 늘어난 걸 느낀다.

그건 무심해서가 아니라
말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 하루 종일 설명하느라 지친 사람
  • 계속 리액션해야 하는 게 피곤한 사람
  • 좋은 사람 연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침묵으로 자기 공간을 지키는 중이다.

나도 그 중 한 명이 되었다.


 

그게 요즘 내가 회사를 다니는 방식이다

 

내 감정이 매일 보여지는 것이
성실함의 기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말이 없다고 해서
일을 대충하는 것도,
마음을 놓은 것도 아니다.

조용히, 묵묵히, 내 자리에서 버티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회사생활이라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회색 아이콘으로 남는 걸 택했다.
그 안에 내 감정이 조금 더 안전하게 담기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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