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이었다.
분위기는 약간 냉랭했고,
책상 위엔 말들이 쌓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처음엔 조용했다.
그러다 임원이 말을 꺼내자
갑자기 눈빛이 바뀌었다.

목소리도 바뀌고,
태도도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던 사람이
"네, 충분히 공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봤다.
익숙한 장면이지만,
볼 때마다 낯설다.
언제부턴가,
그 사람은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쓴다.
부장 앞에서는 무조건 긍정적인 사람,
팀원 앞에서는 뒤에서 씹는 사람,
나와 있을 땐 또 다른 사람.

정말 그게 진짜 그 사람일까.
아니면 상황에 따라 잠시 꺼내 드는
'이익용 버전'일까.
요즘 이런 사람들을 자주 본다.
회의에서 불리할 땐 겸손한 얼굴,
성과 발표 앞에선 주도적 리더,
사내 메신저에선 예쁜 말투,
뒷자리 흡연실에선
본심을 툭 내뱉는 사람들.

얼굴이 몇 개인지 셀 수가 없다.
정말 무섭다기보단,
그저 피곤하다.
사람을 믿으려다 보면
그 사람의 얼굴이
시간에 따라, 상대에 따라
계속 바뀌는 걸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한다.
나도 어쩌면 다르지 않을지도.
때때로 나도,
팀장 눈치를 보고
말을 돌리거나
적당히 웃고 넘어간다.

나도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어쩐지 그게 싫다.
어쩌면 우리 모두
회사라는 곳에서
조금씩 비슷한 방식으로 변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 진심에까지
이미지를 덧씌우고 싶진 않다.
이익이 앞에 있다고 해서
거짓을 꺼내 들고 싶지는 않다.

때론 그게 손해를 부를지라도
내가 나를 덜 미워하는 쪽을
선택해 걸어가고 싶다.
얼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한 얼굴로 버티는 중이다.
그리고 그게
요즘 내가 회사를 다니는 방식이다.
| 🧩 Daily Log #020 - 그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할까 (0) | 2025.07.21 |
|---|---|
| 🧩 Daily Log #019 - 연예인 걱정하는 거 아니다 (0) | 2025.07.20 |
| 🧩 Daily Log #017 -코인 불장, 시작일까 끝일까 (6) | 2025.07.18 |
| 🧩 Daily Log #016 - 케이팝 데몬 헌터스 Golden, 직장인들이 꽂힌 이유 (2) | 2025.07.17 |
| 🧩 Daily Log #015 - 자랑하고 싶은 직장인의 심리 (12) | 2025.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