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밥 먹을 곳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 사이 나는 운동화를 꺼낸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허리와 어깨가 뻐근해지고
머릿속도 무거워진다.
오전 회의에서 들었던 말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뭉치처럼 머리에 남아 있다.
운동을 시작하면
그 무게가 조금씩 풀린다.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크게 뛴다.
몸이 움직이면서
머릿속이 조금씩 비워진다.

오전에 하던 일은
집중과 속도를 모두 요구한다.
머릿속에서 계속 계산하고
타이밍을 맞추고
말 한마디, 글자 하나까지 조심한다.
운동은 다르다.
몸을 쓰는 동안엔
머리가 잠시 비워진다.
단순히 땀 흘리고,
호흡을 조절하고,
근육의 긴장을 느낄 뿐이다.
그 차이가 크다.
일과 전혀 다른 리듬을 갖는 시간이
오후를 버티게 해준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거울 속 얼굴이 다르다.
오전보다 표정이 조금 풀리고,
걸음이 가볍다.
점심을 먹지 않아도
오후까지 배가 고프지 않은 날이 많다.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조금 더 오래 간다.
동료들은 가끔 묻는다.
"점심도 안 먹고 힘들지 않아?"
그럴 때마다 웃으며 대답한다.
"이게 나한텐 밥보다 나아."

처음엔 습관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비 오는 날, 너무 피곤한 날,
회의가 길어진 날엔 빼먹기도 했다.
그런데 한 번 흐름이 끊기면
다시 이어 붙이는 게 힘들다.
그래서 이제는 웬만하면 한다.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날씨가 좋든 나쁘든.
한 번이라도 짧게 움직인다.
이 작은 반복이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일에 치이는 기분이 들 때도
점심 운동 시간만큼은
내가 나를 관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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