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참 쉽게
형, 누나, 동생이라는 말이 오간다.
식사 몇 번, 야근 몇 번이면
우리는 서로를
'가족처럼' 부르기 시작한다.
그게 진짜 정일까?
아니면 일터에 정이 필요한
우리가 만든 착각일까.

처음엔 좋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농담을 주고 받고,
같은 편인 듯, 서로 챙겨주는 말투.
힘들 땐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아보는 그런 감정.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류가 바뀌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리감.
같이 있던 메신저방에서
나는 어느새 말이 뜸해졌고,
누군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없는 자리에서
다르게 전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이간질.
그 단어는 참 유치하게 들리지만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방식은
꽤 정교하다.
'걔는 그때 왜 그렇게 말했대?'
'쟤 좀 너무 나대는 것 같지 않아?'
'팀장님한테 잘 보이려는 건가?'
그 말이 내게까지 들려올 땐
이미 뒤에서 오고 간
수십 번의 대화 끝이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그 안에 내가 '믿었던 사람'이
자연스레 있었다는 것.
늘 '걱정하지 마'
'넌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던 그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내 실수를 부풀려 전달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 얘기를 해줬으니까
걔를 좀 조심해'라는 뉘앙스로.
그 순간 알았다.
'회사에서의 가족 같은 사이는
가장 먼저 배신으로 무너진다'는 걸.

질투와 시기는 늘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성과를 잘 냈다거나,
상사에게 칭찬을 받았다거나,
내가 회의에서 리드를 맡았을 때.
정당하게 이뤄낸 일이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얘, 너무 나대네"로 보인다.
그리고 이상하게
시기심을 가진 쪽이
이간질을 더 쉽게 시작한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누군가에게 '조심하라'고 귀띔하고,
내 말 하나를 과장해 전달하고,
내가 없을 때
내 얘기로 웃음을 유도한다.

무서운 건, 그게 모두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들은
팩트가 아니어도,
반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
결국 나는 방어할 타이밍도 없이
'조금 불편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장 씁쓸한 건,
이 변화의 중심에
언젠가 내가 형이라, 누나라, 동생이라
부르던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가까웠기 때문에
나를 더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작은 구멍들도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내 자리를 지나가던 누군가가
인사를 건너뛰었다.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지만,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아, 끝났구나' 싶었다.
나는 회사가 냉정한 곳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까지 냉정해질 줄은 몰랐다.
정이 쌓이는 속도보다
의심이 퍼지는 속도가 빠르고,
누군가를 믿는 것보다
피하는 게 더 유리한 공간.
그게 요즘의 회사다.

형, 누나, 동생
그 호칭들이 이제는
가볍고 무색하게 느껴진다.
그저 타이틀이었다.
편한 사이를 연기하기 위한 말,
조금 더 친한 척을 하기 위한 포장지.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깨닫게 된다.
진짜 가족 같은 동료는
굳이 '가족 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리를 옮겨도,
회사 밖에서도,
연락을 이어가는 사람.
그 사람만이
진짜 '사람'이었다.
📌 Daily Log #007
당신은 회사에서 ‘가족 같았던’ 관계가
어느 순간 달라졌던 경험이 있나요?
| 🧩 Daily Log #009 - 오늘도, 조용히 퇴근했습니다 (Feat. 회식) (10) | 2025.07.10 |
|---|---|
| 🧩 Daily Log #008 - 사내 연애, 그리고 이별 후의 뒷모습 (4) | 2025.07.09 |
| 🧩 Daily Log #006 - 더 나은 회사로 떠나는 건 당연한 선택일까 (3) | 2025.07.07 |
| 🧩 Daily Log #005 - 왜 우리는 퇴근 길에 꼭 이어폰을 꺼내는가 (1) | 2025.07.07 |
| 🧩 Daily Log #004 - 커피 한 잔 하러 1시간, 그리고 그냥 돌아섰다 (2) | 2025.07.06 |